
1. 휴먼 레볼루션의 진정한 가치는 엔딩 크레딧 스크롤이 모두 끝나고 나서.. 제작사는 데이어스 엑스의 후속작을 2편 다음이 아니라 1편 이전으로 잡은 이유로 '전작들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전작을 했어야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을 여러 곳에 넣어놨다. 엔딩을 아쉬워하며 몇 가지 추측이 맞아떨어지고 몇 가지는 틀렸으며, 몇 가지는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어 엔딩 스크롤을 주시하고 있다가 모두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났다. 정말 멋진 마무리!
물론 전작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아무 의미없는 부분. 했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느끼는 부분.
2. 전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스토리라고는 해도, 곳곳에 1편을 지원하는 사실을 문서, 이메일 등으로 집어넣어 1편의 스토리와 설정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중 몇몇은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위키를 뒤적여봐야 했지만 익숙한 이름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 1편의 사건에 관여한 몇몇 인물은 이미 휴먼 레볼루션에서도 의미있는 일을 게임 진행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어 1편의 사건이 뜬금없이 터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그런 언급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어떤 한 명은 이름은 완전히 일치하는데 실은 다른 인물인 경우도 있긴 했다. 다만 그 이름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는 약간 칭찬.
UNATCO의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시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무척 간단한 문장 몇 개 밖에 없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 기구의 설립 목표는 1편 GOTY 버전에 포함된 문서에도 이미 언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원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휴먼 레볼루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데이어스 엑스 1편 주인공과 관계자들에 사용된 나노테크 이전의, 그러니까 휴먼 레볼루션의 주인공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기계화 신체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게 대략 29개의 문서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있었다는 점.
3. 첫 느낌에서 언급한 '1편에 비해 25년 전인데도 뭐든 더 미래같다(뚫어뻥 제외)'고 했던 부분은 인벤토리에서 뼈저리게 아직은 확실히 덜 발전한 것 같은 느낌을 얻었다. 인벤토리는 1편에 비해 훨씬 더 크다. 그런데 갖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의 수는 훨씬 적을 수 밖에 없다. 무기 등이 차지하는 공간은 대충 엇비슷한데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가 너무 커서 여유분으로 몇 개를 들고 다니던 1편과는 달리 거의 그 자리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갖고 다니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1편에서는 무기업그레이드 도구는 무조건 1칸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3칸부터 6칸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대부분. 수류탄은 1개씩 1칸을 사용하고, 특수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 보충약이 한 칸에 쌓이는 수가 너무 적어 계속 다른 칸으로 범람(?)하게 되는데다 대부분의 탄약은 기본 2칸부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권총(권총 조차도 6칸 사용), 라이플 한 자루, 마취용 무기 한 개 정도만 갖고 다녀도 뭔가 여유롭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스나이퍼 라이플도 한동안 갖고 다녔는데 스나이퍼 라이플의 크기는 자그마치 16칸. 90% 이상 사용하지도 않은 총을 위해 최소 20칸 이상을 낭비하고 다닌 셈. 저격총이 그다지 의미없던 이유 중 하나는 우선 소음기를 장착할 수 없고, 두번째로는 그렇게 먼 곳에 적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사실. 1편에서는 첫 판부터 배경이 무척 넓었던 것에 비해 휴먼 레볼루션의 레벨 구조는 대부분 실내인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좁은 것이 특징. 야외에서 설치고 다니는 일은 아주 가끔.
4. 무기 업그레이드의 경우, 모든 무기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업그레이드 부품이 있는가 하면 특정 무기에 독특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독특하고 덕분에 많이 편리한 진행을 했다. 머쉰 피스톨이라고 해서 파괴력은 권총보다 약하지만 연사가 가능한 무기와 컴뱃 라이플에는 총알에 호밍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있고, 샷건에는 버스트라고 해서 훨씬 더 강력하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데 호밍이 무척 편했다.
기능을 켜면 조준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적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 특히 보스전에서 매우 유용. 마취총에 사용되는 총알(또는 다트)은 날아가는 속도가 일반 총알에 비해 느려 움직이고 있는 적을 공격할 때 무척 난감한데 업그레이드 기능을 붙여놓으면 적이 움직이는 속도를 감안해 탄착 가능한 위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무기 업그레이드에 독특한 요소가 눈에 띄었다.
5. 데이어스 엑스가 1편부터 IV까지 특징적인 게임일 수 있던, 문제 해결에 3-4가지의 방법이 있던 것이 휴먼 레볼루션에서는 많이 축소됐다. 문제 해결 방법 3-4가지에는 기본적으로 이동 경로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HR를 기준으로 하면 이전 버전의 문제 해결 방법은 4-5가지로 대폭 늘어나게 되는 정도로 HR에서는 해결 방법이라는 게 많아야 두 가지. 이동 경로는 만족스럽지만 그 외에는 뭔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다.
다른 해결책 존재라는 측면에서 해킹도 문제인 것이, 작은 데이터팩(HR 용어로 하면 주머니 비서)을 통해 비밀 번호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모든 PC에 사용하는 패스워드는 입력할 수 있는 대상이 패스워드 밖에 없다보니 찾아도 문제. 즉, 잠금 장치가 되어 있는 PC를 켜면 ID는 고정되어 있고 패스워드만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패스워드를 찾으면 그 패스워드를 사용할 PC를 다시 찾아야 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겉으로 봐서는 어느 PC가 어느 PC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 1편에서는 ID도 입력할 수 있었기에 일단 데이터팩을 찾으면 아무 PC에 다가가 id/pass를 입력하고 원하는 이메일 정보를 꺼낼 수 있어 문제가 있을 리 없었다.
HR의 패스워드 관련 특징 중 하나는, 다음 방에 가야 이전 방에 있던 패스워드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넘어가면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고 넘어가면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눈 앞에 해킹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냥 지나가기도 뭣하고 해서 보는 족족 해킹을 하는데 다음 방에 가보면 지나온 경로에 있는 PC에 사용할 수 있는 패스워드가 줄줄이 나오는 식.
로딩 화면을 보다보면 주머니 비서 찾으면 패스워드나 패스코드를 찾을 수 있다...고 꾸준히 일러주지만 결국 의미는 없었다. 해킹 미니 게임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 해킹을 도와주는 별도의 도구를 제공하고, 그것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해킹 미니 게임 배치도 내에서 머리를 굴리다 보면 사용해야 될 것 같은 상황을 모면할 수도 있기도 하고 해서 이리저리 머리 굴려보는 재미.
6. 성장 개념도 거의 무의미하다. 아주 필요한 몇 가지는 기본 제공되고, 그 외에 진행에 편의를 제공하는 몇 가지를 얻고 나면 나머지는 단순 선택 옵션에 지나지 않는다. 조준점이 흔들리는 정도는 1편에 비해 무척 느리게 흔들거리는데 조준경을 사용하는 무기에만 해당 사항이고 조준경이 없는 무기는 그나마도 의미가 없다. 데이어스 엑스 1편을 예로 들면 조준경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상황에서도 크로스헤어가 모이는 속도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무척 느려 사용하기 어렵지만 HR에서는 그냥 쏘면 맞으니 해당 부분 업그레이드 의미가 없다.

해킹 역시 5단계까지 해킹 시도에 필요한 단계 업그레이드만 해주면 나머지는 대부분 그냥 해결된다. 해킹을 조금 더 편하게 하라는 부가 장치를 생각보다 많이 얻을 수 있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다 보면 도움이 없어도 되고, 특별히 진행 상 중요도가 높은 경우에 난감한데 여유롭게 제공되는 도구를 사용하기만 하면 되니 다른 능력 포인트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엔딩을 볼 때 거의 10점 가까이 남아 있었고, 그나마도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는 느낌이 들어 여기저기 포인트를 사용해보고도 남은 포인트.
7.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자판기를 보게 되는데 그 중 많이 와닿은 속옷 자판기!

8. 1회차 엔딩을 보고 나서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러 들어갔다가 발견한 'Field of View' 옵션. 이게 뭔가 해서 사용해봤더니... 시야가 넓어진다. 기본값 75와 100의 차이...

9. 두 가지 로봇이 등장하는데 몸집이 큰 녀석은 그냥 봐도 거대한 개같은데(...), 작은 녀석은 뒤에서 봐야 강아지같은 느낌. 고개를 반짝~ 쳐들고 있는 모습같은 것이 .. 해킹을 이용해 아군으로 만들고 나면 괜히 쫓아다니며 감상하기도..

10. 예약판(실제로 예약을 하지 않았으나 예약 물량이 남아 있었는지 얻은) 보너스 DLC에 해킹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게임을 시작하고 중반을 넘어가 그제서야 생각나 코드를 입력한 덕분에 겨우 사용해볼 수 있었으나 기본 제공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인지 그다지 많이 얻을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편하기는 했다. 2회차 시작하면서는 처음부터 주기는 하던데 역시나 많이 제공되지는 않는다.
진행을 하면서 찾아내는 수많은 문서를 보다 보면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진행 과정을 보면 나름대로 하긴 한 것 같은데 1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원래의 제작사가 아닌데 이 정도라도 해준 건 상당히 기특하다는 생각도. 따지고 보면 원래 제작사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세계관의 설명이 추가된 것인데 1편의 설정을 뒷받침하고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기립박수.
남은 것은 첫 진행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떤 차이가 생기느냐...하는 것이고 궁금한 사항을 기준으로 다르게 선택하며 진행 중. ...그에 대해서는 따로 소감을 작성할지 어떨지 ..알 수 없음.(자칫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TRACKBACK :: http://www.sexydino.com/trackback/3360
-
Subject: Deus Ex Human Revolution 리뷰
Tracked from 잡상 게임 연구소 삭제0.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하 HR)에 대한 간략한 소개 FPS의 황금기는 하프라이프가 등장한 1998년부터 콜오브 듀티가 등장한 2003년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FPS 게임의 판매량이라는 관점에서는 헤일로가 황금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쏜다'는 한가지 화두를 가지고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던 시기가 바로 저때이다. 아예 스토리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을 구성하기도 하고(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
2011/09/07 08: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