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해본 XBLA 게임 이후 레이싱 게임에 대한 욕구가 물밀듯 몰려오는 가운데 수백 랩씩 돌아야 하는 나스카는 현재로썬 부담스러워 잠시 미뤄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 국내 정발된 적은 없는데 시장바닥에 슬그머니 올라온 WRC를 구입하기로 결정. 1200포인트. 마일스톤에 대해서는 반반이라(마음에 안 드는 게임은 진짜 안 들고, 괜찮은 게임은 괜찮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고, 그저 '달리고픈 욕망'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1. 오! 생각보다 괜찮다. 하지만 대만족 단계는 불가.
2. WRC의 2010년 시즌에 등록된 공식 드라이버와 차량, 그리고 WRC 클래스 외에 J(Junior), P(Production), S(S2000)의 세 클래스에 맞는 자동차, 국가 당 6개 스테이지, 13개 국가. 커리어 모드로 시작하면 가장 성능이 낮은 2WD로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가는데 WRC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으나, 커리어 모드가 아닌 싱글 레이스 모드 등에서는 원하는 클래스와 자동차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 커리어와 일반 모드를 병행하며 진행.
3. 도우미 기능으로는 브레이크 도우미, 스태빌리티 도우미가 있고, 브레이크는 항목 이름이 브레이크 어시스트라고 해서 막대 그래프로 단계별로 지정할 수 있는 것과 자동 브레이크로 구분되어 도우미의 종류는 2가지지만 세부적으로는 3가지. 브레이크 도우미는 안 써봐서 모르겠고, 스태빌리티는.. 켜나 안 켜나 별반 차이 못 느낌.
4. 후방 캠 두 가지, 운전석 모드 두 가지, 그리고 맨땅 모드. 운전석 모드는 전면 차창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모드와 운전석에 더 바짝 가까이 다가가는 모드....로 차이가 있는데 차창 전체를 다 볼 수 있다고는 해도 시야가 상당히 좁은 기이함. 차라리 바짝 모드가 더 편함. 3인칭 모드로 달릴 때엔 차에 유리가 붙어 있지 않은 느낌이 들 정도로 유리에 반사되는 표현이 없는데, 운전석 모드로 하면 충돌 시 깨지는 효과.
5. 마른 아스팔트, 흙바닥, 젖은 아스팔트, 젖은 흙바닥, 눈이 살짝 덮인 길, 먼지가 살짝 덮인 아스팔트 등 다양한 노면이 등장하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미끄럽고 난감한 길은 마른 아스팔트. 눈이 내린 코스도 난감하기는 한데 이 경우에는 조금 미끄러운 와중에 상당히 좁고 옆에 부딪히면 바로바로 대미지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이고, 마른 아스팔트가 가장 난해한 바닥..이라는 점이 독특한 게임.
오히려 흙바닥, 젖은 흙바닥 등에서는 훨씬 더 타이트한 주행이 가능해 뭔가 바뀐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다행히 포장 도로보다 비포장이 더 많다는 점. 비포장이어도 길 주변에 뭐가 많은 코스에는 더 주의를 해야 하지만 아무튼 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눈 앞이 캄캄해지는..
6. 커리어가 아닌 싱글 모드에 포함된 챔피언쉽 모드는 공식 달력 모드라 해서 2010년 시즌에 사용된 국가를 공식 순서대로 최고 13개를 선택해 달리는 모드. 하지만 13개 나라는 그대로 두고 각 나라에 있는 코스를 2개씩만 해도 되고, 나라 수를 줄여 최하 4개국으로 달려도 되고, 커스텀 달력이라는 모드로 변경해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고 코스 수도 정할 수 있는 등 옵션이 많아 커리어 모드가 아니라도 재미있는 경주 가능.
7. 커리어 모드가 아닌 모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뜨거운 자리(...Hot Seat) 모드. 이 모드는 다른 레이싱 게임에서도 간혹 보이곤 하는데 처음 경험했던 것은 레이스 프로. 이 경우, 두 개의 컨트롤러로 두 사람이 한 대의 차량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달릴 수 있게 했던 것이라서 WRC 2010에서도 그런 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하나의 경주에 두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모드. 말하자면 오프라인 멀티. ...지만 게임 모드 제목처럼 컨트롤러는 하나. 한 명이 달리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 달리는 것인데..
혼자 해도 상관은 없고 오히려 한 경주를 다른 두 대의 차량으로 달리니 코스 연습에도 좋고,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한 팀을 혼자 다 커버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8. 대미지는 부위별로 들어가고 화면 한 켠에 상태 표시기를 놓아두었는데 최악의 상황은 없음. 몸체, 바퀴, 서스펜션, 기어, 핸들 등 온통 빨갛게 변해도 완주 가능.
9. 코스를 역주행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는지 달리다 보면 네이베이터가 '뭐하는거야?' '미쳤어?' 등 따뜻한 조언을 해줌.
10. 파워슬라이드라는 단어를 사용한 WRC Powerslide보다 드리프트가 더 잘 됨. 물론 2WD는 잘 안 되게 해놨고, 4WD만 죽죽 미끄러지면서 헤어핀 통과 가능.
11. 달리다보면 작은 블럭으로 포장된 도로를 달리게 되기도 하고 이 구간에 들어가면 진동이 작동하는데 해당 블럭길에 들어선 직후와 빠져나온 직후에 진동이 작동해 뭔가 부실한 느낌. 그래픽은 자동차는 그럭저럭 볼만하고, 배경은 많이 부실. 어떤 경우에는 그림같은 집..이 있는 언덕의 풍경을 말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배경을 보게 되기도 하니 나름 재미있기는 함.
12. 코드라이버의 도로 상황 알림 멘트 타이밍이 애매한 경우가 간혹. 처음 또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많이 난감하지만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신경쓰지 않게 될 듯.
13. 경기에 임하기 전 보게 되는 튜닝 옵션이 조금 불만. 원래 랠리라는 게 트랙의 모양새를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니 이해는 하지만 대충의 정보를 줘서 튜닝을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하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게 없으니 항상 기본 설정값으로 달리는 문제. 타이어는 변경 불가.
하다보면 언젠가는 하나 둘 손대기 시작하긴 할 듯.
14. 커리어 모드에서 사용하는 차량 겉모습은, 페인트, 깝데기 디자인, 세 가지 배색 등을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고 스판서(...) 스티커를 추가해 보너스 상금을 얻기도(그리드의 스판서 개념과 비슷).
15. 도입부 영상 배경 음악이 펜절럼의
위치크래프트여서 솔깃했으나 게임 속 리플레이 중 배경 음악 등에서는 화끈하게 와닿는 음악은 찾지 못함. (적어도 아직까지는..)
포르자 호라이즌 이후로는 첫 레이싱 게임인 정도로 목 말라 있었기에 더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재미없는데 꿋꿋하게 붙잡고 있을 리 없는 더런 성질머리인 점을 감안하면 그런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
기어워 저지먼트에 실망한 마음을 달래주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고..
...그나저나 2010년 WRC 참여 차량은 오로지 시트로엥 C4와 포드 포커스 뿐이었다는 사실이...;;;
(물론 다른 클래스에서 다른 회사 자동차를 만져볼 수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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