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켜놓은 건 훨씬 더 오래된 것 같지만 통계 정보에 의하면 달린 시간은 29시간 정도. 난이도는 수준에 맞게 적당하게 낮추고 진행해 몇몇 이벤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넘어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렸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힘든 코스는 정말 힘들어서 연속으로 두 개 하고 나면 조금 쉬어야 했을 정도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고 있었음. (...) 타임 어택 등 부가적인 요소가 있으니 더 하긴 하겠지만 커리어 모드도 끝냈고 사람이 없는 것 같아도 방 열어놓고 기다리면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멀티도 해봤으니 이쯤에서 소감
1. 재밌었다. 여러모로 독특한 면이 있고 그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CMR스러운 면도 있고 해서 오래된 게임 생각도 하게 해주고. 하지만 장점이 되기도 하면서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가 있어 애매한 구석도.
2. 우선 스테이지 문제. 나라는 13개, 각 국가별로 6개 스테이지. 도합 78개 스테이지. 많긴 많은데 국가 단위로 존재하는 6개의 스테이지 모양새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비슷.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세부 사항은 제외하고 모든 코스는 X 구성을 갖기 때문. 그러니까 네 개의 출발지점이 있고 정방향과 역방향 개념이 있는데다 서로 다른 지역을 지나가는 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공유하는 구간도 있고.
이렇다 보니 스테이지 간 특징이 확연히 와닿지 않아 스테이지 이름을 봐도 쉽게 구분 불가. 한 마디로 '뭐가 뭔지 모르는' 그런 상황. 하지만 이것이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6개의 스테이지가 비슷비슷하다보니 외우기 쉽지 않고 그만큼 더 오랫동안(커리어 모드의 마지막 이벤트를 끝낼 때까지) 랠리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다른 비슷한 게임에 비해 나았다. 끝까지 코드라이버의 안내 멘트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는 얘기.
한 나라에 포함된 6개의 스테이지는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확연하게 다른 코스가 나라 수 만큼 13개에 달하니 전체적으로 보면 똑같은 스테이지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난해한 나라는 멕시코, 그 다음으로 요르단, 터키, 스웨덴. 그리고 스페인.
3. 스페인의 경우에는 스테이지 구성 자체는 그다지 난해하지 않은데 환경 표현 덕분에 어려움.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헤드라이트를 켜야 될 것 같아서 켜보면 그다지 효과도 없고 여전히 길이 안 보이는 어스름한 저녁 시간대를 경험하곤 하는데 딱 그 분위기. 해가 산너머로 기울어가고 있으나 완전히 넘어간 것이 아니라 걸려 있어 그쪽을 바라보면 눈이 부셔 다른 사물이 분간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스페인 코스에 해당. 결국 해가 있는 쪽을 향하면 길이 안 보이고, 등지면 잘 보이고. 그런데 해를 바라보는 방향 도로가 훨씬 더 많아서 특히 낮시간대에는 게임하기 난감. 밤에 불 끄고 하면 그나마 조금 낫다.
표현 자체는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진행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꺼리는 스테이지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움.
4. 주행에 독특한 면이 있다. CMR 등의 다른 비슷한 아케이드 성향을 가진 랠리 게임과는 달리 ABS 옵션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ABS 설정이 아주 조금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코너링을 요구하기에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는 ..특히 초반에는 많이 난해. 얼마나 더 익숙해져서 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6레벨 커브를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약간의 감속과 돌아가려는 방향으로 아주 살짝 미리 돌아놓는 주행을 하지 않으면 많은 경우 반대편 벽과 만날 기회 상승.
게다가 일관성이 없다. 때로는 엑셀러레이터에서 손(..)을 완전히 떼면 코너링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되는 경우도 있고 가속을 적당한 선에서 해줘야 코너링이 잘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런데..자동차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특정 스테이지 특정 부분에서만 그런다는 신기함. 결국 상시 조심하게 되는 편.
5. 자동차 성능을 표시하는 막대 그래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음. 핸들링이 똑같이 9여도 여전히 코너링이 묵직한 차가 있고 무척 예민한 차가 있고.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일만한 차가 있고. 막대 그래프로는 거의 차이 안 나는 피아트 푼토는 묵직한데 푸조 207은 상당히 예민하고, 적당하게 묵직해보이는 피에스타는 어떤 경우 무척 가벼운 그런.. 점.
6. 커리어 모드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동차는 2륜부터 시작해서 S2000까지. WRC 팀은 다른 이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동으로 막대 그래프를 채우는 흥미도(게임에서는 I.P. Interest Points였나..)가 100%가 되면 선택 가능한 상태가 되는 특징이 있는데, 모든 팀의 흥미도를 100%로 채우는 방법을 지금도 모름.
다행인지 불행인지 커리어 모드 시작하기 전부터 들어갈 수 있는 싱글 모드에서는 모든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어 커리어 모드의 제약이 별 의미는 없다는 사실. 커리어 모드에서만 사용할 수 없을 뿐 그냥 즐기는 데에는 문제 없음.
7. 노면은 다양한데 비가 내린다거나 눈이 내리는 표현은 無. 첫 느낌 때도 그랬지만 달리다보면 제일 난감한 노면은 마른 포장도로. 그리고 먼지가 살짝 깔려 있는 마른 포장도로. 오히려 비포장 도로가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들고, 젖은 포장도로 역시 마른 쪽보다는 제대로 길을 밟고 달리는 느낌.
마른 포장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줬던 것은 CMR2뿐. 그만큼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간혹 살짝 떠서 달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느낌이 들기도..
8. 대미지 표현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시각적인 표현은 그다지 세밀하지 않지만 상황 표현 면에서는 색다른 경험. 이런 유형 게임에서 대미지는 대부분 직접적인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재미있는 것은 차체가 심하게 손상되어, 특히 전면 범퍼가 떨어져 나가고 전면부 부품이 겉으로 노출되어 있다면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점프로 발생하는 충격이라든가 다른 부분의 가벼운 접촉으로 노출된 부분의 대미지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또 흔치 않게 세미 오토 기어를 지원하는데 원하는 수준의 가속을 얻기 위해 매우 자주 기어를 낮춰(헤어핀을 핸드브레이크로 돌아나간 직후라든가 약간 불안한 자세를 교정하다 속도가 떨어졌지만 기어가 높은 곳에 가 있어 가속이 잘 안 된다 싶은 경우에 사용하는) RPM이 붉은 지역으로 자주 들어가면 결국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9. 커리어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 시점이 됐을 때 마지막 시리즈 이벤트에 대해 '설마 이런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람 잡음. ...풀 코스. 다행히 언제든 중간에 빠져 나와 나중에 이어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10. 시리즈로 일련의 스테이지를 연속으로 하는 경우, 달리기를 종료한 직후 로딩을 시작하는 독특한 면이 있다. 서비스 지역에 들어가 수리하고 튜닝하고 경주를 시작하면 로딩없이 곧바로 되니 오히려 더 깔끔. 게다가 이런 특징 덕분에 재시작을 하면 로딩없이 곧바로.
11. 사실 커리어 모드보다 싱글플레이 모드가 훨씬 더 재미있다. 여기에 포함된 챔피언쉽 모드는 '경주 재시작' 불가능하기 때문. 그래서 훨씬 더 많이 긴장해야 하니 당연히 더 재미있다. 한 번의 큰 실수로 많이 상처입은 차를 100% 수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12. 매뉴얼은 xbox.com에서 얻으면 된다고 하지만 레이싱 게임에서 ..그것도 시뮬 계열도 아닌 게임에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갔는데 딱 한 가지 난감. 간혹 로딩하는 중에 아래로 지나가는 문장으로 뭔가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길에서 벗어나면 리스폰 버튼으로 도로 복귀'. 너무 심하게 벗어나면 자동 리스폰이 작동하는데 어딘가에 끼어버리면 버튼 필요.(그래픽 결함 문제가 아니라 난해한 장애물 사이에 끼인다거나 하는 상황) 리스폰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작동하지 않아 결국 인터넷을 뒤적였더니..Press가 아니고 Hold. 약 2초 정도 누르고 있어야 작동.
일단 랠리 계열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따지고 보면 '별로'가 아니라 '아예'), CMR 시리즈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충분히 재미 보장. 코스 길이는 최단 3.8(딱 한 개)에서 최장 7.8km까지. CMR 시리즈에 포함된 기나긴 코스는 길어봐야 6km대가 끝이었으니 겨우 1km 정도 밖에 차이 안 나는 것 같지만 직접 달려보면 1km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긴 코스가 그냥 길기만 한 게 아니라 특히 난해한 나라여서 훨씬 더 오래 달리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간간히 타임 어택을 하면서 다른 게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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